한반도 평화의 시대 열린다

경기 파주시는 12월 21일부터 법원읍에 ‘평화의 빛 전통 등 특화 거리’를 조성했다. 특화 거리는 약 250m 정도 된다. 이 구간에는 ‘평화’, ‘빛’, ‘비행’ 등을 주제로 법원읍 주민들이 직접 만든 500여 개의 전통 등을 설치한다. ‘평화의 빛’ 점등식을 준비하고 있는 박미희 공방 대표는 “추운 날씨지만 평화의 축제를 준비하는 마음만큼은 따뜻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연하장에 “지난해 우리의 꿈은 평화를 향했고, 새해의 꿈은 함께 잘 사는 것”이라고 썼다. 또 외국 인사들에게 보내는 연하장에는 “지난해 평화를 향한 여정에 함께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새해 대한민국의 꿈은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2018년 한반도에는 평화의 바람이 불었다. 북한은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남북 간 해빙무드를 조성했다. 양측 대표단과 공연단이 오갔고, 일부 경기에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 올림픽 기간에는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다’는 뜻을 전했다.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분단 70년 역사에서 2018년만큼 남북이 가까운 적은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16회에 달했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올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지난해 0회였던 남북회담이 올해만 무려 36회 개최되는 등 한반도 상황이 긴장과 대결에서 평화와 협력으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남북 간 왕래와 민간 교류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단절됐던 남북 간 육로와 하늘 길도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12월 19일 있었던 제2차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회의에서는 “남북공동선언의 착실한 이행을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철도·도로, 산림, 체육·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협력이 확대되고 제도화됐다”며 “특히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상호 적대행위 중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상호 감시초소(GP) 시범 철수·검증 등 한반도에서 전쟁과 무력충돌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의 바람 타고 나는 종이비행기


남북의 접경지역은 비무장지대에서 평화지대로 옮겨가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5월 1일 강원도청에서 평화지역 선언문을 발표했다. 접경지역이라는 말 대신 ‘평화지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개발 제한 등 각종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강원도는 ‘평화지역발전단’이라는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화지역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동안 소외지역이나 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춘 희망지역으로, 통일을 대비하는 준비된 지역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파주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도시다. 서울과 판문점을 연결하는 통일로, 행주대교에서 임진각까지 연결된 자유로,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도가 파주를 경유한다. 휴전 이후 남한의 최북단인 파주에는 대규모 미군 병력이 주둔했고, 휴전회담 당시 문산에는 유엔군 대표단 본부가, 인근 용주골에는 미군 휴양 시설이 만들어졌다. 법원읍 역시 1960년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유흥업소들이 성업하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급속하게 쇠퇴하면서 슬럼으로 변했다. 파주시는 2015년부터 법원읍을 탈바꿈하기 위해 문화 창조 빌리지 조성, 주민주도형 전통 공방 운영, 청소년 통행금지 해제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그 이후로 마을 분위기도 밝아졌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특히 올해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파주에도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평화의 등을 만드는 주민들의 마음은 다 같을 거예요. 파주는 한국에서 보면 최북단이지만, 한반도로 보면 가장 가운데에 있잖아요. 앞으로도 파주가 남과 북을 잇는 평화의 도시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수호 파주시 도시재생과장은 “이번 점등식은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자 미래로 향하는 평화의 비행을 뜻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시민의 화합이 함께 이루어지는 자리”라고 말했다.